"과학문화교육"

2007-07-25 (Vol 4, No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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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교육의 실제

‘미터법 범죄’

적용 범위 확실히 규정 안 하면 다수 국민 범법자 만들 우려

산업자원부는 지난 1일부터 미터법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터법이란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에서 출범한 국제 도량형 기구가 국제단위계의 기초로 선정한 7개의 기본단위(m, kg, sec, mol, cd, K, A)와 2개의 보조단위(rad, sterad)를 사용하는 도량형법이다. 미터법이 있어도 미국과 영국 등은 여전히 자기네 고유의 단위인 영국단위계(feet-pound-second, fps 단위계)를 쓰고 있고, 우리 민족도 우리 민족 고유의 신토불이 단위인 척관법을 써 왔다. 산자부는 미 우주선 폭발 사고를 미터법 시행 이유의 일례로 들었지만, 미국은 영국단위계와 미터계 사이의 단위 변환을 깜빡한 우주인의 부주의를 문제 삼았을 뿐 영국단위계를 미터법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미터법 사용을 강요하면서 전문 분야별 관습적인 단위에 대한 규제는 소홀히 하고 우리의 척관법만 집중적으로 규제한다면 이는 형평에 맞지 않을뿐더러, 우리의 민족 정신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미터법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엔진의 출력은 hp (마력)에서W(와트)나 kW(킬로와트)로, 들이의 영국단위인 배럴은 l(리터)로, 열량을 나타내는 cal(칼로리)는 J(줄)로, 온도는 섭씨온도 대신 K(켈빈온도·절대온도)로 고쳐야 하는 등 손댈 곳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사회적 비용또한 엄청나다.

단순히 10 리를 4 km(정확한 1 리는 3927.27 m)로, 1 평을 3.3㎡로, 1 돈을 3.75 g, 1 관을 3.75 kg 등으로 고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척관법은 김치처럼 조선시대 때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기초 과학 지식이 절대 부족한 대다수의 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산자부 관련 공무원은 미터법을 정확하게 이해한 후미터법의 적용 범위를 확실하게 규정하고 국민에게 홍보하는 게 순서다.


이복회·이학박사·물리학
조선일보 2007.7.10.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