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5-07-25 (Vol 2, No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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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점자(點字) 관광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선입관을 가진 여느 사람들에게 점자 관광 하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한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방대한 점자 관광 안내서를 써낸 이가 있다. 수요가 있기에 써냈을 것이다. 감동을 받은 책 가운데 하나인 헬렌 켈러의 자서전 가운데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그녀가 나이애가라 폭포에 갔을 때의 감동한 대목이 생각난다. 소용돌이 치는 물살이나 지축을 흔드는 폭음을 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감동이 생기는가 하고 누군가가 물었다. 이에 “미국측 벼랑에 서서 공기가 진동하고 딛고 서 있는 대지가 동요하는 것을 느꼈을 때 심한 감동을 느꼈으며, 그것을 어떻게 문자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했다. 현장에 가 이말을 의식해 보았지만 그처럼 임장감(臨場感) 넘치는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미루어 관광이란 1차 감각인 시청각에 의해 감지되는 것은 겉발림이요 오묘한 경지는 2차 감각인 촉각이나 후각에 의한 상상력으로 유발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1차 감각이 기능을 못다 하면 2차 감각이 활성화하여 상상력을 형성해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를테면 헬렌 켈러는 아직 싹트기도 전인 나뭇가지의 냄새만을 맡고 그것이 무슨 나무인지 맞힌 것이며 냄새는커녕 보이지도 않는 수마일 전방에 맥주 공장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헬렌 켈러의 선생 설리번은 이 세상의 어떤 장미도 헬렌 켈러가 상상 속에 피우고 있는 장미만큼 아름답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녀의 상상적 독창성을 평가했다. 그녀의 문장이 과장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풍부한 상상력의 필연이다.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서 냄새만으로 교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놀라운 것은 그 교회가 가톨릭인지 프로테스탄트인지를 식별했을 정도였다.

“귀에 들리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실이 아니라 인간 속에 숨겨져 있는 가능성을 창조하는 길”이라는 설리번의 말이나 “우리에게 있어 그 뭣보다 가공할 적은 불우(不遇)가 아니라 우리 속에 잠재돼 있는 체념”이라는 헬렌 켈러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하며 점자 관광의 가능성이나 필요성을 절감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규태 코너<6618>
조선일보 2005. 7. 4.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