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14-09-01 (Vol 11, No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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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화교육의 장학과 지원

[나도선] 거꾸로 가는 과학교육(6.23)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스마트폰으로 온갖 일상을 처리한다. 스마트폰에 담긴 기술혁명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기술혁명을 일으킨 것은 고명한 원로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젊은 청년들이었다. 이 청년들의 특징은 과학기술에 대한 탄탄한 지식과 깊은 이해로 무장되어 있으며, 동시에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갖춘 문과ㆍ이과 통합형 인재들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교육정책은 이러한 인재들을 키워내기 위해 합당할까? 고등학교의 문과ㆍ이과 분리형 교육과 대학입시정책이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통합형 인재를 키워내는 데 있어 큰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대학입시 수학능력시험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2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르게 하는 제도는 고교 물리교육을 전멸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2013년 대학입시 수험생 606,818명 중에 0.9%인 5,758명만 물리Ⅱ 시험을 선택했다. 물리II 선택이 고교 내신성적에서 불리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 한다. 물리Ⅱ를 선택하는 학생이 적다보니 아예 물리 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학교가 많아 공대에 갈 학생이 생물과목을 선택해 입시를 치를 수밖에 없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실한 이공계 학생이 되는 또 다른 통로는 고교에서 문과를 선택하고 `교차지원' 제도를 통해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다.

물리를 모르는 공과대학 학생은 전공과목을 따라가지 못해 흥미를 잃고 실력도 키우지 못해 함량미달의 졸업생이 될 확률이 크다. 대학 수준의 강의를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 때문에 대학은 골치를 앓고 있다.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 일반물리 대신에 기초물리를 가르치는 가하면 고교 수준의 수학, 과학을 대학에서 다시 가르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이러한 현상을 방치하면 이공계 대학 졸업생의 실력 저하, 나아가서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학생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마련한 입시제도가 엉뚱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교육과정과 입시제도가 정교하게 설계되어야만 이런 병폐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폐해를 개선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교육당국은 고교에서 문과ㆍ이과 통합형 고교교육을 시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이 잘 이루어져서 시행된다면 무척 환영할 일이다. 다만 문과ㆍ이과 통합교육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탄탄한 `과학교육'이 전제가 되어야하며, 문과과목과 이과과목을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가르치는 것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도 과학기술이라는 튼실한 토양이 없으면 꽃을 피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월 교육과정연구위원회가 발표한 `통합교육시안'은 과학교육의 필수 시수가 줄어들게 되어 있어 과학교육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교육부는 과학과목의 필수 이수 단위를 기존의 15단위에서 10단위로 낮춘 바 있는데 이번 통합교육 시안에서도 10단위를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대학입시에서 과학의 비중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학은 고교 교육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린 상태다.

과학교육은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미국, 영국 등 과학기술 강국들은 과학기술인재 양성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인식으로 공교육에서 과학교육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과학과목의 필수 이수 단위가 10단위에 불과한 교육과정으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 육성'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지금 마련된 통합교육 시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이는 `과학교육 강화'가 아니라 `과학교육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다행인 것은 지금 준비단계에 있으므로 이를 개선할 시간이 아직 있다는 점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고등학교의 과학교육 필수 시수를 늘리고 대학입시에도 과학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채택하기를 교육당국에 촉구한다.

첨부
(나도선)거꾸로 가는 과학교육.hwp

나도선
울산대 의대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