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5-10-25 (Vol 2, No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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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낸 소식

시각 장애와 물리학 석사

[시각 장애를 딛고 물리학 석사를 받은 분의 관련 기사입니다. 특수교육 관련 읽을 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태어나자마자 시각장애인 판정을 맏은 힝스씨는 `장애아 교육시설에 보내라'는 의사의 `차별발언'에 맞선 부모님의 선택으로 보통 중ㆍ고교를 나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 캠퍼스에서 물리학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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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로젤' 덕에 9.11에서 살아남았죠"

"빌딩이 흔들리기 시작하던 순간 안내견 `로젤'의 움직임을 감지하려고 했어요. 로젤의 행동을 내 몸으로 느껴보니 `지금부터 내려가면 되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구요"

9.11 테러 당시 안내견과 함께 WTO 건물을 무사히 탈출해 화제가 됐던 시각장애인 마이클 힝슨(Michael Hingson.55)씨는 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장애인보조견 활성화를 위한 초청 강연'에서 "이것이 바로 진정한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힝슨씨는 9.11 당시 세계무역센터 78층에서 컴퓨터 판매회사 뉴욕지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고객과 회의를 하고 있던 그는 큰 소리가 나며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첫번째 비행기 충돌이 반대편 건물 18층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는 일단 시각장애인 특유의 예민한 감각을 동원해서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라는 생각만이 들었다고 한다.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주위의 지형지물과 비상시 행동 요령에 대해 미리 알아둔다"는 그는 안내견 로젤을 앞세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흔히 안내견이 모든 걸 알아서 시각장애인을 인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사람도 일정한 역할을 하며 서로 도와 주는 게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관계입니다"

건물의 흔들림이 일시 정지했을 때 고객들을 대피시킨 힝스씨는 로젤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에 78층에서 1층까지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1층에 도달했다고 탈출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가려하자 이들과 불과 100m 떨어진 곳에서 첫번째로 비행기와 충돌한 높이 400m의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두 번째 건물에도 비행기가 날아와 부딪혀 사방이 건물 잔재와 먼지로 `아비규환'이 됐기 때문이다.

힝스씨는 로젤이 당황할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둘이 호흡을 맞춰 뛰기 시작했다.

"잿더미를 피해 오른쪽으로 돌아섰더니 갑자기 로젤이 멈춰 섰습니다. 앞에 계단이 있었던 거죠"

그는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자신의 사명을 다한 안내견에게 감사를 표했다.

힝스씨는 당시 재가 눈에 많이 들어가 앞을 보지 못하는 한 여성에게 다가가 "나도 앞이 안 보이지만 내게는 안내견이 있으니 같이 대피하자"며 했다며 "그녀의 생명의 은인은 바로 로젤"이라며 웃었다.

그는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WTO 건물에서 근무할 수 있었나, 어떻게 테러에서 생존했나'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왜 시각장애인은 그곳에서 근무하면 안 되고 왜 대피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어집니다"라고 덧붙였다.

태어나자마자 시각장애인 판정을 맏은 힝스씨는 `장애아 교육시설에 보내라'는 의사의 `차별발언'에 맞선 부모님의 선택으로 보통 중ㆍ고교를 나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 캠퍼스에서 물리학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14살 때 처음 분양받은 안내견을 고등학교 통학버스에 태울 수 없다는 학교 방침에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직접 법률서적을 읽고 주지사에게 탄원서를 냈다"는 힝스씨는 자신의 용기는 부모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잃어버린 권리는 누가 대신 찾아주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든든한 친구 로젤과 함께 권리를 직접 찾아가는 삶을 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조영황 인권위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안내견이 시급히 필요한 일급 시각장애인 3만명과 청각장애인이 2만명이 있지만 안내견을 사용하는 경우는 100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사회가 나서 안내견을 육성해 장애인에게 분양하는 바탕이 자리잡아 시각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이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김형석 <khsks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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