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5-12-25 (Vol 2, N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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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수업

이번 2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수강편람을 뒤지던 중 처음 보는 특이한 이름의 강좌를 발견하였다.

“과학특수아교육”

수강편람의 “과학특수아교육”이라는 강좌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의문은 ‘도대체 여기서 특수아의 개념은 뭘까?’였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특수아는 아마도 과학영재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런 나의 추측은 첫 시간부터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는 학 학기 동안의 강좌진행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여기서의 과학특수아는 과학교육에서 소외된 장애학생들이나 과학성적 하위 1/3의 학생들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서울대 사범대학원 최초로 개설되는 강좌이다보니 강좌 진행이나 수업의 형식이 크게 결정된 것 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박 교수님께서도 본인은 강좌를 개설하셨지만 ‘과학특수아교육’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아서 이 분야와 관련된 전문가를 모셔서 강의를 듣는 것으로 진행을 하시겠다고 하셨다. ‘과학특수아교육’이라는 강의를 한 학기동안 들으면서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렇게 강의와 관련한 소감의 글을 쓰게 되었다.

강의의 첫 테이프는 9월 7일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에 계시는 권택환 연구사님께서 끊어주셨다. 권 연구사님 덕분에 우리는 국회에도 막 제출된 따끈따끈한 특수교육연차보고서를 받아보는 행운을 얻었다. 권 연구사님께서는 특수학교 교과 중에서 과학 교과의 교육을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한다고 말씀하시며 특수과학교육에 관한 논문이 매우 부족하고 앞으로도 연구가 많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강좌의 시작과 더불어서 강의 수강 대학원생 모두는 과제를 부여받았는데 그것은 과학특수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어떤 장애아를 대상으로 어떤 개념을 어떤 접근법으로 가르칠 것인가를 계획하고 한 학기동안 계획대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학기 말에 가서 최종 발표를 하는 일종의 개인 프로젝트였다. 외부 강사의 강의가 진행되어가면서 수강생 각자의 프로젝트도 진행되어 갔다.

두 번째 강의를 해주신 분은 공주대 특수교육과에 계시는 한성희 교수님이셨다. ‘시각손상 학생의 과학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는데 시각장애 학생들의 학습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시각손상아동까지도 가르칠 수 있다면 일반아동들을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선천적 시각장애학생들은 우리가 의례히 알려니 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고 한다. 즉 우연학습이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빛의 존재를 모르는 학생에게 어떻게 빛이나 색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말 고민이 되는 문제였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3중의 장애를 가진 헬렌 켈러가 ‘내가 3일간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글에서 유난히 보고 싶어 했던 것이 색깔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런 장애 없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3번째 수업은 KIM 연수소 소장이신 인천대 김명환 교수님의 강의였다. ‘특수교육과 영재교육’이라는 주제의 강의였는데 신동 및 여러 과학 영재의 사례를 말씀해주셨다. 그 강의를 통해서 영재와 특수교육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SAVANT 신드롬’이라고 해서 천재성을 지닌 자폐아에 대해 알게 되었고, 결국 영재교육이든 특수교육이든 자신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게 해준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날 이루어진 서울대 물리교육과 강은형 박사님의 대안학교의 과학교육이라는 수업에서는 우리나라 여러 대안 학교들의 교육과정 및 대안학교에서의 과학 수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9월 28일에는 한성과학고의 조봉제 선생님의 ‘완구를 통한 과학탐구활동’이라는 주제의 강의가 있었다. 다양한 완구를 접하였고, 장애학생들 중에서도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데 완구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두 번 째 강의를 해주신 분은 SAVANT 발달교육연구소 소장이신 하미경 박사님이셨다. 이전에 김명환 교수님의 강의에서도 등장한 SAVANT의 개념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발달장애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발달 장애 학생의 특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으며 과학, 특히 실험수업이 발달 장애 학생의 교육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배우게 되었다.

10월 5일에는 유준희 교수님의 ‘소리의 전달과 공기분자의 움직임에 대한 중학생의 생각에 대한 강의를 통해 청각 장애학생들에게 어떻게 소리의 개념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소리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소리를 학습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10월 12일에는 과학학습부진 중학생들의 실태와 지도라는 주제로 윤진 박사님의 강의가 있었다. 윤 박사님께서는 학습부진과 유사한 용어이고 그 동안 많이 혼란스러웠던 개념인 학습지진, 학습저성취, 학업지체, 학습장애, 학습부진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풀어주셨다. 특히 과학학습 부진의 원인과 과학과 학습부진아 지도프로그램의 예, 과학수업에서 학습부진아를 고려한 지도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0월 19일에는 대구대학교의 임성민 박사님께서 오셔서 대구대학교의 특수교육 소개 및 학습장애아 과학교육 연구과제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다. 대구대학교가 특수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기까지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또한 학습장애아의 학습 특성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학습장애아는 의존성, 수행관리의 문제, 전략 수정 실패, 기억곤란, 읽기 곤란, 일반화 곤란, 학습과제에 대한 부정적 접근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학습장애아의 교육을 위해서는 초인지적 전략 등의 지도 방법을 활용해야 함을 강의를 통해 알게 되었다.

10월 26일에는 이화여대 특수교육과를 방문하여 학과장이신 박은혜 교수님으로부터 이화여대 특수교육과의 교육과정 및 취업 실태, 연구 분야 등에 대해 소개받을 수 있었다. 특별히 시각 장애,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조공학 도구들도 볼 수 있었다. 박은혜 교수님께서는 일반학교 내에 장애학생이 있는 경우 일반 교사가 어떻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정말 공감하는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일반학교 내에 특수학급을 두어 장애학생과 일반학생들이 함께 교육받는 통합교육이 대세라고 하는데 장애학생들의 지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11월 2일에는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 송진웅 교수님께서 ‘몸물리 탐구활동을 통한 동기유발’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셨다. 송 교수님은 몸을 알면 물리가 보이고 생물같은 물리가 물리같은 물리보다 재미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물리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쉽고 흥미 있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11월 9일에는 한국재활복지대학 원종례 소장님의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의 생리적 문제와 연구과제’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특수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특수 아동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뇌성마비,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특성과 어떤 식으로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11월 16일에는 ‘학습부진아의 생리적 및 의학적 문제와 연구과제’라는 주제로 아주대 의대의 임신영 박사님의 강의가 있었다. 임신영 박사님은 소아 재활의학을 전공하셨는데, 아동에게 흔히 나타나는 장애 유형과 재활에 대한 의과적인 정보를 제공해주셨다.

11월 23일에는 한국재활복지대학의 장석민 학장님께서 ‘한국 대학의 장애학생 취업교육 실태 및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부분이었다. 과거에는 Charity model이었는데 지금은 Human Wealth Model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즉 과거에는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보았으나 현재는 장애를 인간, 환경 상호작용의 문제로 본다는 점이다. 이제는 나 자신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강의는 첫 강의를 해주신 권택환 연구사님께서 다시 한 번 오셔서 특수 학교교육과정을 소개해주셨다. 특수학교교육과정이 학교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셨다. 특수학교의 교육과정은 시간이 지나면 진급은 하지만 배우는 내용은 무학년인, 즉 각 학생의 수준에 맞춘 개별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강 때는 학기 초에 각자 정했던 연구 프로젝트의 성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강 대학원생 5명은 각자 자신의 전공에 맞게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실제 기회가 되면 특수학교에 가서 적용해보기로 하였다.

한 학기동안의 강의를 쭉 한번 되돌아보니 ‘참, 이런 수업은 다시 접하기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매주 강의를 하러 오셨던 외부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든 분들이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이셨다. 사실 그런 분들의 강의를 한 번 들으려면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렇게 많은 훌륭하신 분들의 강의를 한 학기 동안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 크나큰 행운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먼 곳에서도 강의를 위해서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주신 대구대 임성민 교수님, 공주대 한성희 교수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학기의 ‘과학특수아 교육’이라는 강의가 내 생애 가장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그동안 과학교육을 공부한다고 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장애학생들, 그리고 하위 1/3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과학교육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강의 초반에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은 ‘과연 장애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쳐야 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한 학기동안 여러 소중한 강의를 열심히 들었었고,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아주 명확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학생 각 개인의 능력, 상황, 수준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적 평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 나 자신 역시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하면서 수업 시간에 잘 집중하고 수업 내용을 잘 따라오는 반짝 반짝한 아이들에게만 관심을 쏟았지 수업 내용을 이해 못해서 늘 뒤쳐지는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거의 기울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학기 박승재 교수님 수업은 학교 현장의 과학 수업시간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늘 과학수업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들어 준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수업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이 수업을 꼽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학기에 수강한 ‘과학특수아교육’은 내 생애 가장 값비싸고(?) 가장 가치로운 수업으로 기억될 것이다.

첨부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수업-유미현.hwp

유미현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