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5-12-25 (Vol 2, N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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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 정책개발과 행재정 및 장학

[다산을 생긱한다] - 목마르게 그리운 경세가(經世家)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이 생각나고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가 생각난다”(國亂思良相家貧思賢妻)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사회는 여러 문제가 꼬이고 꼬여서 혼란스럽습니다. 사립학교법도 그렇고 줄기세포 문제도 그렇고 해외 원정의 폭력시위까지 겹쳐 조용하고 편안할 날이 없는 것이 요즘의 세상입니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 학덕이 높고 경륜이 높은 명재상이라도 나와 이 얽히고 설킨 문제들을 쾌도난마식으로 처리할 경세가는 정말로 없단 말입니까.
18세기 말엽, 24년의 재위기간 높은 학문과 통치철학으로 세상을 제대로 다스리려던 정조대왕을 23년간 보필하여 가장 탁월한 경륜을 보여준 재상으로 다산은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 1720-1799) 정승을 꼽았습니다.
번암 채제공, 대단한 경세가였습니다. 다산은 자신의 아버지보다도 선배이고, 친구의 아버지이자 누이동생의 시아버지로 집안끼리도 가깝고, 같은 조정에서 함께 벼슬하던 대선배 정승이던 번암을 무척 따르고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회고해보면 나라의 운세가 기울던 때가 있습니다. 1799년 번암이 세상을 뜨고 그 1년 뒤인 1800년에 49세로 정조대왕이 붕어하면서 조선왕조는 본격적으로 쇠퇴기에 접어듭니다. 1801년 신유교옥이 일어나 300여 명이 죽고 다산형제는 귀양살이로 추방되고 말았습니다.
고금에 유래없는 하늘이 낸 호걸이라
이 나라 사직이 그 큰 도량에 매여 있었소.
뭇 백성의 뜻 억지로 막는 일 전혀 없었고
만물을 포용하는 넉넉함이 있었다오.
……
교룡이 갑자기 떠나버리자 구름과 번개 고요하고
산악이 무너지니 온 세상도 가벼워졌네.
100년 가도 이 세상에 그분 기상 없을테니
이 나라 만백성들 뉘를 기대고 살리오.
세 조정을 섬기면서 머리 허예진 우뚝한 기상
옛 일들 생각하니 갓끈에 눈물이 흠뻑.
<번암 채정승 만사 : 樊巖蔡相公輓>
눈물어린 다산의 애도시를 읽어보면 번암의 인품과 능력이 어떤 정도였나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 편가르기에 앞장서서 혼란만 부추기는 세상, 정녕 번암 같은 명재상은 나오지 않는 것입니까. 안타깝기만 합니다.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 253 (다산연구소)

박석무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