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5-12-25 (Vol 2, N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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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특수학급 수업을 하고나서...

수업시작부터 무척이나 떨렸다. 마치 4년 전 첫 수업을 시작할 때처럼 말이다.

사실, 이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데, 내가 무슨 특수교육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 찾아와 몇 번 눈인사정도 나눈 관계를 믿고 나를 아주 마다하지는 않겠지 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시도한 것이니.. 이만저만 걱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지루해 하면 어쩌나.. 혹시나 마구 난동을 피면 어쩌나.. 몇 번을 미룬 끝에 마음 굳게 먹고 수업하는 날이었다.

내가 녹화할 준비를 하려고 비디오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니.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일단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인 듯 했다.

“ 자, 이 시간에는 과학 수업하는 날이야. 이거 찍을 거니깐 조용히 자리에 앉아 주세요.”

아이들의 다소 어리둥절해했다.

“저 이전 시간에도 과학 수업했는데요”
“아니, 이번에는 우리끼리 할 거야”

일반교실에서 했던 과목을 학습 도움실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이 꽤나 흥미로웠나 보다. 정말 조용히 앉아 일제히 나를 바라보는 그 말똥말똥한 눈들이란!

이 시간 우리들이 한 활동은 ‘소리’를 주제로 두 가지 정도였다. 이 중 히트를 친 것은 ‘소리’ 듣고 무슨 소리인지 알아맞히기 게임.. 그들의 적극성에 내가 놀랄 정도였다. 천방지축이라던 상훈이는 자기 나름대로 설명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났다. 무엇보다 소극적이어서 내가 말을 걸어도 외면했던 명진이가 수업에 참여하려고 노력해 줘서 기뻤다. 1학년인 병철이는 너무 재미있었다는 말로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자신감이 조금 더 생겼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2주 후 두 번째 시간, 이번에는 ‘진동’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탬버린을 쳤을 때 과자가루를 이용하여 이것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했다.

지난시간의 우수학생 상훈이가 시작부터 눈에 거슬렸다. 실험재료 과자를 이미 먹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뒤틀렸는지.. 이리저리 책상을 헤집고 다니며 아이들을 방해하였다. 결국 옆에 계시던 특수 선생님이 상훈이를 따로 상담하고, 다른 아이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우왕좌왕하고.. 태연한 척 했지만 내내 진땀을 빼며 보낸 시간이었다.

비록 기껏 2번 정도 한 수업이었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일단 처음 두려워했던 대로 마구 난동피는 아이들은 아니었다는 점.. 이는 내 스스로가 이 아이들을 가엾게만 보고 혹은 ‘배움’의 자세를 전혀 가지지 못할 것이라 미리 짐작했던 속내가 있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참으로 부끄러웠다. 경험으로 닥쳐야만. 느끼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이 아이들은 학습의 소외들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아이들이 성취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추면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이 즐거움은 학습의 목적이기도 한 것이다. 아마도 소리 맞추기 게임에 그토록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일반교실에서 항상 소외당하던 과학 공부가 그들이 주체가 되어 개별학습이 아닌, 일반교실에서처럼 같이 하는 학습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의 이벤트성의 이런 수업이 아니라, 그들의 수준에 맞추는, 그들이 주체가 되는 수업들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일의 계기는 대학원 강좌의 덕이었다. 이번 학기에 이 강좌를 들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이었는가 싶다. 항상 그렇듯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꼭 특수 학급의 아이들뿐 만이 아니라 과학수업에서 일반 학급의 아이들이 수업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교과서의 내용을 전달해주기 바빠서, 이 내용 전달을 어떻게 잘 할까 고민은 했었으나 항상 힘들었다. 당연한 것이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이냐는 빠져있었던 것이다. 사실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 많은 아이들 수준에 내가 어찌 다 맞추느냐 하며,, 내 수업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대충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은 듯 하면, 만족하며 교실을 나오기도 했었다. 물론 일일이 한 교사가 40명의 아이들의 수준에 다 맞출 수도 없을 것이며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중간수준‘에서 가르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엔 그들에 대해 탄식만 하고 걱정만 했었다면, 내 스스로도 그들에게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목표를 다시 설정해주고, 좀 더 부드럽게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수학급의 아이들과 이 아이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배움에 있어 수준의 차는 모든 아이들에게서 나고, 그 경계는 모호하기도 하여, 굳이 누구는 배움이 필요하고, 누구는 덧셈 뺄셈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번 학기에 배우고 가르치는 동안 얻는 깨달음이다.

이는 또한 앞으로 내가 좀더 공부하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목표가 생긴 값진 경험이기도 했다.

장 상경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