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6-01-25 (Vol 3,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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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교육

[다산연구소] - 황우석 파동의 해법

-“모든 연구과정에서 국제적 윤리규정을 지켰다”
-“난자 공여자에게 일부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여자연구원 2명의 난자도 제공받았다”
-“논문에 일부 사소한 오류가 있었지만 다른 어떤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
-“줄기세포 11개가 존재한다”
-“줄기세포 2개가 있다”
-“누군가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
-“냉동보관한 줄기세포주를 해동하여 검사하면 원천기술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6개월간 기회를 주면 원천기술을 증명할 수 있다”

황우석 교수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한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스스로 해명(변명)을 ‘바꿔치기’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구차스러운 일이다. 황우석 의혹과 ‘변명 바꿔치기’ 퍼레이드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사는 어떤가.


국민 실망시키는 말 바꾸기 중단해야
황당하다, 어처구니없다, 어안이 벙벙하다, 민망하다, 부끄럽다, 수치스럽다, 망신스럽다, 착잡하다, 창피하다, 참담하다, 배신감을 느낀다, 괘씸하다, 돌아버리겠다, 미치겠다, 화가 난다, 아쉽다, 안타깝다, 허전하다, 허망하다, 허탈하다, 답답하다, 쪽팔린다, 사기다, 나라 망신이다.

황우석 예찬론자건 기대론자건 일반 국민이건 이들의 심정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한 비판과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국민들을 이처럼 처참하게 만든 이벤트는 일찍이 없었다.

이제 황우석 교수가 진실의 입을 열 차례다. 변명 바꿔치기를 통한 시간벌기를 중단해야 한다. 황교수의 말 바꾸기는 이제 국민들이 다 안다.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한 발짝씩 물러서면서도 교묘한 언사로 변명을 거듭하는 모습이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할 정도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변명은 변명을 낳는다. 억지가 억지를 낳고 무리수가 무리수를 낳는다. 구차함이 구차함을 낳는다. 누구보다 황교수 자신이 이 같은 악순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데이터를 조작함으로써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사람이 무슨 할말이 있을까. 왜 황교수는 양파껍질 벗겨지듯 한 꺼풀씩 허위가 벗겨질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국민의 심사를 헤아리지 못하는가.

2005년 황교수 논문의 진위는 서울대조사위원회에 의해 이미 밝혀졌다.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흔적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제 황교수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지금도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사죄하고 참회해야 한다. 그것이 사태를 수습하는 첫 단계가 된다.

진실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사죄한 뒤에는 깨끗이 사라져야 한다.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뇌리에서 말끔히 지워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곳에서 재기를 도모해야 한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를 기억하기 바란다. 그러나 황교수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직도 6개월만 시간을 주면 입증할 수 있다고 꼬리를 단다.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깨끗이 털고 다시 시작해야
다만 백보를 양보해서 그의 논문이 ‘10년 거짓말’이 되기를 바란다. 10년 후에나 일어날 일을 미리 일어난 것처럼 논문을 쓴 것으로 이해하자는 얘기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거짓말은 분명 거짓말이다. 그러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라는 10년 뒤의 꿈을 미리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예술적 상상력을 과학의 영역에 도입한 격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이나 올더스 헉슬리의 미래소설 ‘멋진 신세계’도 세월이 지나면서 현실화되거나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공상과학소설은 세월이 흐르면 현실화된다. 황교수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로 공상과학소설을 쓴 셈이다. 그렇다면 발표지면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닐까. 아니, 과학논문이라는 틀을 빌린 것 자체도 굉장한 상상력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이런 그에게 연구시설과 연구비를 제공하고 지원할 것인가. 누가 실험에 필요한 난자들을 흠없이 공급할 수 있을까. 국가가 나설 수도 없고 서울대가 나설 수도 없다. 그렇다면 민간기업체밖에 없다. 생명공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 나서준다면 문제가 쉽게 풀린다. 황교수의 상상력과 ‘10년 거짓말’을 아쉽게 생각하는 기업체가 나서 그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황교수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깨끗이 털고나가야 한다. 뼈를 깎는 아픔과 피눈물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생명을 경외하고 진실을 옹호하는 과학자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글쓴이 / 선경식
· 한국정경연구소 대표
· 정치평론가
· 민주화운동공제회 상임이사(현)
· 고려대 언론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
· 중앙일보 사회2부 차장, 월간중앙 부장
· 노동일보 편집국장 등 역임

이컬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다산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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