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6-04-25 (Vol 3,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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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중고교 과학교육을 바로 세우자

21세기는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한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이 중요했던 산업화사회를 넘어 이제는 지식의 창출과 활용이 국가 경쟁력 확보와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생활화가 매우 중요하다. 기술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과학기술자의 능력이 우수해야 첨단기술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기술개발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과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사회의 여러 갈등을 슬기롭게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선진국에서는 과학을 국민의 의무 교육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으로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영어, 수학, 과학을 3개의 핵심교과로 삼고 집중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미국과 독일, 프랑스도 초중고부터 대학까지의 교육 과정에서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과학을 국가경쟁력 제고 및 생존을 위한 교과로 설정하여, 연간 과학 수업시간 수가 우리나라의 1.5배를 넘게 가르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 공산국가에서도 과학 교육을 강조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위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힌다”라는 명분아래 이러한 추세에 거꾸로 가고 있으며, 그 결과 지금 중고교와 대학의 과학 교육 현장은 매우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뿌리째 흔들리는 중고교 과학 교육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교육과정은 소위 제7차 교육과정이다. 제 7차 교육과정은 1997년 12월에 공포되고 2000년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해 지난해(2005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부터는 온전히 7차 교육 과정으로 고교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이공계 대학 현장에서는 제 7차 교육과정과 수능 시험 선택 제도의 문제 등의 영향으로 신입생들의 수학 및 과학의 학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그동안 넓게 퍼진 이공계 기피현상과 학생 부족에 허덕이는 대학들의 느슨한 입시제도도 한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보이나, 가장 큰 문제점은 수학과 과학 교육을 소홀하게 다루는 7차 교육과정에 있다.

제 7차 교육과정은 제 6차 교육과정에 비하여 “과도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명분아래 크게 몇 가지를 바꾸었는데, 이러한 명분은 겉으로는 그럴 듯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장에서의 과학 교육에 커다란 문제점을 야기하였다.

첫째로는 재량활동의 강화로 인해 교과의 이수단위를 전반적으로 감축하였는데, 그 중 과학 과목의 이수 단위는 초등학교부터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인 10학년까지 7단위가 감소하여 체육과 함께 가장 많이 감소되었다. 참고로 국어와 수학은 3단위 감소, 영어는 2단위가 감소되었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과학과목 수업이 전체 주당학습시간의 8.3%에 불과하여,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4대 과학과목이 각각 2.1%를 차지하는 형국이어서, 국어 11%, 영어11%, 사회/도덕 17%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처럼 부족한 시수는 필연적으로 과학 학습의 부실화를 가져왔다.

둘째로는 학생들의 흥미에 따라 선택과목의 폭을 넓힌다는 명분아래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에서는 자연계의 경우 물리 I, II, 화학 I, II, 생물 I, II, 지구과학 I, II에서 선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많은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인원수의 부족을 이유로 과학 교과의 반 편성을 기피하고 있어 중요 과학과목의 수업이 많은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04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구과학 II는 4.7%의 학생만이 택하고 있으며, 물리 II는 7.9%, 화학 II 는 13.9% 에 불과하고, 과학 과목 중 가장 많이 택하는 생물 I 도 32.0%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연결되어 이공계 대학 교육이 부실화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이공계 배출인력의 질 저하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신입생들의 숫자 감소로 정원 채우기에 급급한 많은 대학에서 문과와 이과의 교차지원을 허락함으로써 수능에서 점수받기 쉬운 문과 시험을 보고 이공계 학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 이공계 대학 공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학과 과학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신입생들이 허다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입학 전 ‘기초 교육’이나 ‘특별 과외’를 실시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고등학교에서의 과학 교과 개설이 축소되면서 해당 과목 과학교사들이 퇴출이나 신분 불안을 느끼고 있어, 우수 신진 인력들의 교사 유입이 어려워지고 있고 이에 따라 장기적인 과학교육 기반이 붕괴될 위험성마저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교육 위해 과학기술자 적극 나서야

이 같은 중고교 과학교육의 현실은 앞으로 우리나라 이공계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여, 시급히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 8차 교육과정 개편에서 과학과목의 시수를 늘리고 편성비중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물리, 화학, 생물 등 기본 과학과목은 문과 이과생을 막론하고 필수로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미적분 등 수학 교과의 강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중고교 교과과정의 개편과 더불어 대학 측의 많은 노력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수능이나 내신에서 과학 II 과목들의 이수를 요구하거나, 심화 과학교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많은 가산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이공계 기피현상과 제7차 교육과정의 여파로 앞으로도 기초실력이 부족한 상태로 대학에 입학하는 이공계 신입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들이 대학에서의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기초과학 교과목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각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이공계 교수들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사실 연구현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과학기술자들은 지금까지 초중고의 과학 교육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이공계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들마저도 자신들의 연구 활동에 더욱 관심을 쏟았지 초중고의 과학 교육은 소수의 과학교육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학회들도 연구논문의 발표와 전파에 그 활동이 치중되어 있었고, 초중고교의 과학교육 과정에 대하여는 활동이 미미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작년 (2005년)부터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 대한수학회 등 기초학문분야의 학회와 전국자연과학대학장 협의회, 전국공과대학장 협의회 등 대학관련 협의회가 주축이 되어 초중고 과학교육의 개선과 강화를 위한 운동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이 일은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의 장기적인 노력과 활동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관련 학회에 소속된 과학기술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활동을 기대해 본다.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후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상(물리학 분야)을 수상하고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자’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한국물리학회 부회장(교육위원장), 한국과학재단지원 우수연구센터인 ‘복합다체계 물성연구센터’ 소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지편집위원장과 저자의 허락을 받아 계재하는 것입니다.
편집 머슴)

첨부
pdf 오세정 200604과학과기술_과기정론_과총.pdf

오세정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 sjoh@plaza.snu.ac.kr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