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6-05-25 (Vol 3,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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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교육

[특수과학교육의 면모] 맹인이 색 그림을 그린다 ?

참으로 신비하고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된다지만 어떻게 맹인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과학 독후감을 쓰기위해 도서실에서 과학 관련 도서를 빌려왔다. 무슨 내용의 책인지 알아보려고 책장을 넘기다가 맹인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작은 제목에 눈길을 유난히도 뗄 수가 없었다. 아직 시력이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나도 맹학교를 다니는 맹인이므로 더욱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 상상은 꼬리를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파장’‘광도’‘X선’‘레이저’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하기 힘든 용어만 튀어나와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맹인이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 때문에 한 문장을 읽고 또 생각하고, 다시 책장을 넘기는 것을 반복하며 드디어 맹인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알아내게 되었을 때, 나의 기쁨은 하늘 속으로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파장을 측정하는 기계가 있어서 버튼 하나로 그 색깔에 들어맞는 물감을 선택할 수 있고, 광도계로 색의 밝고 어두운 것을 분별하고, 촉각으로 선과 형태를 짐작하면 우리 같은 맹인들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세상이 21세기에는 분명히 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빛의 파장기와 광도계로 색을 구분하고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그림으로 완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엉터리라고 생각을 하려고 할 때, 그 다음의 피아노 건반에 비유한 이야기를 읽고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즉, 분광기로 분류된 일곱 가지 원색이 피아노의 키라고 가정하면, 색깔은 옥타브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왼쪽에 빨강, 오른쪽에 보라색일 때, 보라색을 향해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면 고음 쪽이 되고, 빨강 쪽으로 치면 음악으로는 저음이 된다. 그러니까 색깔을 소리로 분별하여 듣고 이를 판단한다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한 장의 그림이 음악으로 연주되는 것과 같이 피아노의 키를 두드리면 그 음에 해당하는 색깔을 찍은 붓이 캔버스를 물들이게 하여 그림을 그려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과학의 위대함에 그만 고개가 숙여졌다. 어떻게 이러한 사실들을 알았을까? 이 세상의 과학자들이 모두가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직은 이론에 불과한 빛의 성질을 이용한 맹인의 그림 그리는 법은 나를 책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다. 나는 다시 “내일을 연다.” 책과 다시 씨름을 하였다. 그 만큼 이 책에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많았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무지개 색 일곱 가지만이 빛의 색깔 전부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십만 가지 이상 나눌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한 가닥의 햇살 속에 10만 가지의 색이 모여 산다니 그 많은 색을 어떻게 분리하여 보았는가? 과학의 힘은 끝이 없음을 나는 실감할 수 있었다. 빛의 10만분의 8㎝에서 1㎝사이를 적외선이라고 부르는데, 이 적외선은 암시경, 적외선 텔레비전, 자원 탐지기, 암 치료, 통신 등에 수없이 인간들을 위해서 이용된다고 한다. 책을 더 깊이 읽어갈 수록 현대문명의 대부분이 빛의 성질을 이용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나는 점점 흥분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 아무런 생각 없이 대했던 한 가닥의 작은 빛이 이렇게 엄청난 일들에 쓰여 진다는 사실에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다시 그려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빛까지도 못 보게 되는 날 별 생각 없이 보았던 이 한 가닥의 빛을 너무나도 그리워하겠지?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리기와 글짓기가 취미여서 선생님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빛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하게 되었다.

내 눈이 기능을 다하는 날까지 빛을 이용한 그림 그리는 법을 내 힘으로 꼭 실현시키고 싶다. 그래서 맹인들 중에서도 훌륭한 화가가 나오길 바란다. 눈이 안보여 이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맹인이 눈을 감고 그린 그림 얼마나 감동적인가! 맹인들에게 이 연구가 희망의 빛으로 다가오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과학 독후감: 박동헌, 『내일을 연다』, 한국생활과학진흥회, 총 167쪽을 읽고) 신수현 박사 제공

오경훈, 국제맹학교 2학년 2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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