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6-10-25 (Vol 3, No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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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과학 교육과정은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해서 초중등학교의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의 자율과 선택권을 존중해주는 제7차 교육과정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지만 과학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미 한국물리학회와 대한화학회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통해 제7차 교육과정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지적해왔다. 무엇보다도 과학 교육에 주어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학생들의 자율과 선택권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과학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과학 분야의 교육과정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번에 준비 중인 개정안에서 그런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인 교육을 시킨다는 명분으로 교육 내용을 30퍼센트 이상 줄여버린 것이 문제였다. 더욱이 더 많은 수업 시간이 필요한 탐구활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교육 현장에서는 줄어든 학습 내용조차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버렸다. 결국 과학의 경우에 제7차 교육과정은 참담한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수시 개정에서도 개선된 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화학의 경우에는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과학에 배정된 수업 시간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 과학이 수학, 기술, 가정과 같은 과목군에 들어가 있는 것도 여전하다. 새로 검토하고 있다는 ‘집중이수제’도 오히려 과학 교육에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히 과학을 집중적으로 이수하겠다는 학생들이 아니라면 과학을 전혀 배우지 않고 고등학교를 마치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탐구활동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도 변함이 없다. 새로 도입되는 ‘자율탐구’는 현실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문과 계열의 학생들에 대한 과학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노력은 아예 없었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에 대한 과학 교육은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결국 이번 수시 개정에서는 과학 교육의 붕괴를 가져온 제7차 교육과정의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수시 개정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학교육의 내용이다. 이번에도 주5일제를 대비해서 교육 내용을 20퍼센트 이상 줄이겠다고 한다. 문제는 교육 내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교육 내용 중에서 6차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새로운 과학교육 과정은 지난 20여 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새로 더해진 과학 개념도 없고, 교육 방법이 달라진 것도 없다. 다만 교사가 가르치기 어렵고, 학생이 배우기 어렵다고 알려진 내용들만 빠졌을 뿐이다.

특히 화학의 경우에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학생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산화환원 반응의 전극전위의 개념을 송두리째 빼버린다고 한다. 결국 새로 마련하는 과학 교육 과정은 20년 전의 교육 과정에서 이곳저곳을 빼버린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교육 내용이 낡은 것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화학의 경우에는 크게 잘못된 개념들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오개념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전체가 오개념 투성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 형편이다. 현대 화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할 원자와 분자의 개념이 중학교까지는 ‘입자’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로 설명되고 있다. 현대 화학의 핵심인 주기율표도 마지막 단계에서 마지못해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원자, 분자, 주기율표의 존재도 모르고 고등학교를 마치게 된다는 뜻이다.

원자의 전자 구조는 ‘보어 모형’이라는 기막힌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다. 양자역학적인 원자오비탈이 보어 모형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잘못된 개념이 교사들 사이에 확산되었고, 그것이 교육 과정에까지 버젓이 이름을 올리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고등학교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화학 평형’에 대한 설명도 완전히 틀린 것이다. 화학 평형은 열역학적 특성이라는 사실은 완전히 무시된다. 가르치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화학 평형을 반응속도를 이용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과정이다. 그런 설명으로는 평형상수의 의미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고등학교 화학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끓는점 오름, 어는점 내림, 삼투압과 같은 총괄성도 설명이 불가능한 자연 현상으로 가르칠 뿐이다. 고도로 체계화된 화학이 학생들에게 어려운 암기 과목으로 보이는 것은 꼭 필요한 화학의 개념을 전혀 가르치지 않거나 잘못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교육 과정 개정으로는 학생들에게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과학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어려운 과학적 내용은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교육학자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이제 진정한 과학 교육을 위해 교육과정부터 혁신을 해야 한다.

첨부
이덕환 과학 교육과정은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doc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과학컴뮤니케이숀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