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7-04-25 (Vol 4, No 4)

로그인 | 웹진 | 한마당

먼젓글  |  다음글  |  차례

마음의 소리

시각 장애와 장애 시각

아침 여덟 시, 지하철 안. 순대 속처럼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때 들려오는 사내 아이의 목소리. “엄마, 사람들이 많아요. 엄마, 의자가 딱딱해요. 엄마, 휴대폰은요. 엄마….”

엄마와 함께 앉아 있는 아이는 시각 장애인이었다. 아이의 얼굴은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얼굴 가득 호기심과 생기로 넘쳐났다. 아이 주변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할머니도 있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는 고개를 높이 들어 애써 바라보지 않으려고 했고, 어떤 여사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나와 눈이 마주친 양복 입은 아저씨는 참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는 앞이 보이지 않는 분이셨다. 나는 우리 할머니가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화장실도 잘 다녀오시고, 지팡이 하나면 시골길도 잘 다니시고, 돈도 잘 세시는 게 무척 신기했고 그게 내 자랑이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 힘들 때면 할머니가 내 얼굴을 가만가만 만져 주시면서 내가 참 예쁘다고 말씀해 주셨던 게 생각난다.

이런 우리 할머니 앞에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 건 시각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을 경험하고 나서부터다. 나에겐 ‘우리 할머니’인데, 남들에겐 ‘장애인 할머니’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시설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얼굴을 내밀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비장애인은 장애인 앞에 동정 대신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함께 살아가기 어려운 공공시설을 만드는 설계도에 사인을 한 건 비장애인 중 한 명일 테니까.

첨부
일사일언.hwp

추민주, 연극 연출가
조선일보<2007.1.29.월>

과학문화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