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교육"

2007-04-25 (Vol 4,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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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교육의 실제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화학 수업 참관기

일본의 츠쿠바대학 부속 맹학교에서 고등학교 화학 수업을 참관하였다. 총 5명의 전맹 혹은 약시 학생들이 수업에 출석하였다. 수업 내용은 알코올에 달구어진 구리선을 넣어 알데하이드를 만들고, 펠링 용액을 만들어 알데하이드를 펠링 반응 시키는 실험이다. 일반 학생들이 하기에도 절대 간단하지 않은 이 실험을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실험을 시킨다니, 그것도 불을 다루는 위험이라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수업을 지켜보았다.

불을 다루기 때문에 수업 초반부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반복된 연습을 하였다. 첨부된 글에 있는그림(우선 그림을 보기 전에 상상해 보면?)은 교사가 수업 전에 준비해 놓은 실험 장치이다. 학생들은 토치에 불을 붙인 후, 옆에 준비된 구리선을 잡아서 토치 위의 삼각형 부분에 걸쳐 두었다가 삼발이와 작은 유리병이 연결된 유도선을 타고 내려와 알코올이 들어있는 유리병에 가열된 구리선을 담가야 한다. 이때 시각 장애 학생들이 뛰어 넘어야 하는 장벽은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토치에 불을 붙여야 한다. 준비상자 안에서 성냥을 찾아 마찰제 위에 올려 놓고 그어 불을 댕겨야 한다. 그 전에 토치의 콕을 열어 놓아야 하며, 성냥불을 토치의 끝 부분을 찾아 올려놓고 노즐을 서서히 열면서 가스에 불을 붙인다. 가스가 연소될 때 나는 소리를 들으면서 적정 수준까지 열어 줘야 하고, 불을 댕기고 난 성냥에 손이 데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

다음으로 구리선을 찾아 달군 후, 알코올에 담가야 한다. 구리선은 첨부된 글 속의 그림처럼 손잡이 부분을 만들고, 그 곳에 점자를 붙여 놓았다. 점자를 붙인 곳에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면 코일 부분이 아래쪽을 향하게 되고, 그래야만 토치 불의 중심으로부터 알코올이 들어있는 작은 유리병까지 준비된 유도선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잡는 방향은 안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교사는 불을 댕기지 않은 상태에서 이 과정을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연습시켰다. 구리선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삼발이의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삼발이의 중심으로부터 유도선을 타고 유리병까지 가는 과정을 거의 10번 정도까지 훈련을 시켰다. 학생들이 익숙해질 무렵,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하였다. 실험의 전 과정을 글로 옮기기엔 너무 장황해질 거 같아 이쯤에서 정리하기로 한다.

거의 전맹에 가까운 학생 옆에서 실험 과정을 지켜보면서 조마조마한 순간이 한두 번도 아니었다.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연습한대로 구리선이 유도선을 타고 내려가지 못하고 걸려있는데, 불을 댕기고 난 성냥이 계속 타들어가 학생 손이 데일 것 같은데... 안보이는 애들 데리고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수업을 지도하는 교사는 너무나 태연해 보였다. 위험하지 않느냐, 사고 난 적 없느냐는 질문에도 단 한번도 없었다고 자신있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한 여학생의 반응이다. 이 학생은 눈의 특정 각도에서만 탁한 정도를 구분할 수 있는 전맹에 가까운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달구어진 구리선이 유도선을 타고 내려가 알코올에 담가지는 순간에 나는 소리에 해냈다는 듯 너무 기뻐하였고, 실험의 끝 부분에 가서도 펠링 반응이 일어난 시험관을 눈의 특정한 각도에 가져다 대어 보고는 소리를 지르면서 좋아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과학 실험을 재미있어하는 것은 장애 학생이건 비장애 학생이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도 시각 장애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과학 실험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시도들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첨부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화학 수업 참관기.hwp

차정호
대구대학교 과학교육학부

과학문화교육연구소